먼저 두 가지를 확인해야 한다. 하나는 우리 회사가 상시 5명 이상인지, 다른 하나는 녹음을 어디까지 해도 되는지다. 첫 번째를 모르면 존재하지 않는 권리를 전제로 움직이게 되고, 두 번째를 모르면 증거를 모으다가 가해자보다 무거운 처벌을 받는다. 둘 다 아래에서 짚는다.

단계무엇을기한
0일차증거를 개인 기기로 이중화, 일지 시작즉시
회사 신고사용자는 지체 없이 객관적 조사 의무법정 기한 없음
노동청 진정노동포털 진정서, 관할 지방고용노동관서처리 25일
병원적응장애·우울증 진단 기록 확보빠를수록 유리
산재 신청요양급여신청서 + 초진소견서 → 근로복지공단청구권 3년
상시 근로자 수가 5명 미만이면 회사에 조사를 요구할 근거가 없다
상시 근로자 수가 5명 미만이면 회사에 조사를 요구할 근거가 없다

5인 미만이면 이 조항 자체가 안 걸린다

근로기준법 제76조의2는 직장 내 괴롭힘을 이렇게 정의한다. "사용자 또는 근로자는 직장에서의 지위 또는 관계 등의 우위를 이용하여 업무상 적정범위를 넘어 다른 근로자에게 신체적·정신적 고통을 주거나 근무환경을 악화시키는 행위를 하여서는 아니 된다." 2019년 7월 16일부터 시행됐다.

문제는 적용 범위다. 금지 조항(제76조의2)과 조치 의무 조항(제76조의3)은 상시 근로자 5명 이상 사업장에만 적용된다. 5인 미만 사업장에서 일한다면 이 조항을 근거로 회사에 조사와 조치를 요구할 수 없고, 노동청 진정 경로도 막힌다. 적용 범위는 법제처 해설에서 확인할 수 있다.

그렇다고 방법이 없는 것은 아니다. 5인 미만이면 산재(업무상 질병), 민사 손해배상, 형사(폭행·협박·모욕·명예훼손) 로 곧장 가야 한다. 산재보험은 사업장 규모와 무관하게 적용된다.

녹음 — 여기서 사람이 다친다

한국에서 내가 참여한 대화를 상대 동의 없이 녹음하는 것은 처벌 대상이 아니다. 통신비밀보호법 제3조가 금지하는 것은 "공개되지 아니한 타인간의 대화"이고, 내가 대화 당사자면 '타인간의 대화'가 아니기 때문이다. 회의에서 폭언을 들었다면 그 자리에서 녹음해도 된다.

반대쪽 경계가 훨씬 무섭다. 내가 끼지 않은 남들끼리의 대화를 몰래 녹음하면 통신비밀보호법 제16조 제1항에 따라 1년 이상 10년 이하의 징역과 5년 이하의 자격정지다. 벌금형 선택지가 아예 없는 필요적 병과다. "가해자들이 나에 대해 뭐라고 하는지 녹음해 두자"는 판단이 여기에 걸린다. 자리에 녹음기를 두고 나오는 행위, 남의 통화를 녹음하는 행위 모두 해당한다.

참고로 대법원 2024년 2월 29일 선고 2023도8603 판결은 '청취'를 실시간으로 엿듣는 행위로 한정해, 이미 끝난 대화의 녹음물을 재생해 듣는 행위는 '청취'에 포함되지 않는다고 봤다.

정리하면 이렇다.

상황가능 여부
내가 대화 당사자인 회의·통화 녹음처벌 대상 아님
내가 없는 자리의 대화를 녹음1년 이상 10년 이하 징역
받은 폭언 메시지·메일 캡처와 보관문제 없음
회사 계정에만 있는 자료는 접근이 끊길 수 있어 개인 기기로 이중화한다
회사 계정에만 있는 자료는 접근이 끊길 수 있어 개인 기기로 이중화한다

증거는 회사 밖에 둔다

가장 흔한 실수는 증거를 회사 자산 안에만 두는 것이다. 회사 지급 PC, 회사 계정 메일, 회사 클라우드에 있는 자료는 계정이 정지되거나 기기를 회수당하는 순간 접근이 끊긴다. 사내 메신저는 관리자 정책으로 내보내기가 막혀 있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순서가 중요하다. 신고하기 전에 개인 기기와 개인 메일로 사본을 옮긴다.

모을 것은 다음과 같다.

  • 발언 일시·장소·참석자·내용을 그날 적은 본인 일지. 나중에 쓴 회고보다 당일 기록이 힘이 있다
  • 폭언·지시가 담긴 메신저와 메일 원본. 스크린샷보다 시각 정보가 남는 내보내기 파일이 낫다
  • 업무 배제나 부당한 업무 부여를 보여주는 자료 — 변경 전후 업무 분장, 회의 초대 제외 이력, 조직도
  • 목격자의 이름과 연락처. 진술을 강요할 필요는 없고 존재만 확인해 두면 된다
  • 병원 기록. 적응장애나 우울증 진단은 산재 신청과 손해배상 모두에서 핵심 자료다

신고하면 회사가 법으로 해야 하는 일이 정해져 있다
신고하면 회사가 법으로 해야 하는 일이 정해져 있다

신고하면 회사가 해야 하는 일

근로기준법 제76조의3이 사용자의 의무를 단계별로 정한다. 회사의 선의에 달린 문제가 아니다.

  1. 누구든 괴롭힘 발생 사실을 신고할 수 있다. 피해자 본인이 아니어도 된다
  2. 사용자는 신고를 받거나 사실을 인지하면 지체 없이 객관적인 조사를 해야 한다
  3. 조사 기간 중 피해자를 위해 근무장소 변경, 유급휴가 명령 등 보호조치를 해야 한다. 단 피해자의 의사에 반해서는 안 된다
  4. 괴롭힘이 확인되면 피해자가 요청하는 근무장소 변경, 배치전환, 유급휴가 등의 조치를 해야 한다
  5. 행위자를 징계하기 전에 피해자의 의견을 들어야 한다
  6. 신고자와 피해자에게 해고나 그 밖의 불리한 처우를 해서는 안 된다
  7. 조사에 참여한 사람은 알게 된 비밀을 누설해서는 안 된다

3번을 특히 기억할 필요가 있다. 회사가 "피해자를 다른 부서로 보내겠다"고 일방 통보하는 경우가 있는데, 보호조치는 피해자 의사에 반해서 할 수 없다. 가해자가 아니라 피해자를 치우는 방식의 처리를 거절할 근거가 여기다.

회사가 안 움직이면 얼마를 물게 되나

두 종류가 있고 무게가 다르다.

위반제재
사용자 또는 사용자의 친족이 괴롭힘을 한 경우1천만 원 이하 과태료
조사·보호조치·징계·비밀유지 의무 위반500만 원 이하 과태료
신고자·피해자에게 불리한 처우3년 이하 징역 또는 3천만 원 이하 벌금
마지막 줄이 과태료가 아니라 형벌이라는 점이 중요하다. 신고했다는 이유로 해고·감봉·전보 같은 불이익을 받았다면, 그건 괴롭힘 사건과 별개로 형사 사건이 된다.

사장이 가해자일 때

가장 답이 없는 상황처럼 보이지만 별도 트랙이 만들어져 있다. 2026년 4월 개정된 고용노동부 「직장 내 괴롭힘 신고사건 처리지침」에 따라 행위자가 사용자나 사업주인 사건은 근로감독관이 먼저 직접 조사한다. 회사 내부 조사를 기다릴 필요가 없다.

2026년 7월 2일 게시된 고용노동부 「직장 내 괴롭힘 예방·대응 매뉴얼」 현행판도 이 부분을 보강했다. 사용자가 행위자인 경우 조사·보고·결재 과정에서 행위자를 배제하거나 외부 전문가·기관을 참여시키도록 하고, 허위신고 판단 기준도 새로 담았다.

진정은 노동포털로 접수하고 처리기간은 25일이다
진정은 노동포털로 접수하고 처리기간은 25일이다

어디에 어떤 서식으로 신고하나

노동청 진정은 고용노동부 노동포털의 「진정서(체불, 직장 내 괴롭힘, 기타 노동법 위반)」로 접수한다. 방문·우편·인터넷 모두 가능하고, 처리는 사업장 관할 지방고용노동관서가 하며 처리기간은 25일이다. 수수료는 없고 근로자 개인이 신청한다. 전화 상담은 1350이다. 같은 사업장에 임금 문제가 함께 걸려 있으면 노동포털의 임금체불 진정을 함께 쓸 수 있다.

산재 신청은 별개 경로다. 괴롭힘으로 생긴 적응장애나 우울증은 업무상 질병으로 요양급여 신청 대상이 된다. 요양급여신청서에 주치의가 작성한 초진소견서와 의무기록 등 의학적 자료를 붙여 사업장 관할 근로복지공단에 낸다. 원칙적으로 업무상질병판정위원회 심의를 거치고, 공단은 신청일부터 7일 안에 결정을 통지한다(질병판정위 심의기간, 조사기간, 보완기간은 이 7일에 넣지 않는다).

기한 — 사라지는 건 증거가 아니라 청구권이다

"증거는 시간이 지나면 사라진다"는 말보다 정확한 사실이 있다. 청구권에 기한이 걸려 있다.

  • 산재보험 급여 청구권: 원칙 3년. 요양급여는 요양받은 날의 다음 날부터 센다. 장해·유족·장례비·진폐급여는 5년
  • 신고자·피해자에 대한 불리한 처우가 해고 형태라면, 부당해고 구제신청은 별도의 짧은 기한이 걸린다

날짜를 적어 두는 습관이 실제로 돈이 된다. 통지를 받은 날, 진단을 받은 날, 처우가 바뀐 날을 각각 기록한다.

규모를 가늠하는 국제 조사

국제노동기구(ILO)는 Lloyd's Register Foundation과 Gallup과 함께 2022년 12월 5일 「Experiences of violence and harassment at work: A global first survey」를 발표했다. 2021년 121개 국가·지역의 취업자 약 7만 5천 명을 조사한 것으로, 결과는 취업자 5명 중 1명 이상(22.8%, 약 7억 4,300만 명) 이 일생 중 한 번 이상 직장 내 폭력·괴롭힘을 경험했다는 것이다. 유형별로는 심리적 17.9%, 신체적 8.5%, 성적 6.3%다. 원문은 ILO 발표에서 볼 수 있다.

정리 — 순서대로

  1. 상시 5명 이상인지 먼저 확인한다. 5인 미만이면 회사 조사 요구와 노동청 진정이 아니라 산재·민사·형사로 간다.
  2. 증거를 개인 기기로 옮긴다. 회사 계정에만 있는 자료는 신고하는 순간 사라질 수 있다.
  3. 녹음은 내가 있는 자리까지만이다. 내가 없는 대화를 녹음하면 징역형이고 벌금 선택지가 없다.
  4. 신고하면 회사는 지체 없이 조사해야 하고, 보호조치는 내 의사에 반해서 할 수 없다.
  5. 병원 기록을 확보한다. 적응장애·우울증 진단은 산재와 손해배상 양쪽에서 쓰인다.
  6. 신고 후 불이익이 오면 그건 형사 사건이다. 3년 이하 징역 또는 3천만 원 이하 벌금.

이 글은 근로기준법과 통신비밀보호법, 고용노동부 매뉴얼과 처리지침을 근거로 현행 기준을 정리한 것이다. 괴롭힘 사건은 사실관계에 따라 판단이 크게 갈리므로, 관할 지방고용노동관서 상담(1350)이나 공단 지사 상담을 함께 활용하는 편이 안전하다.